신 모계사회 [관찰기] 결혼이란

유부남 친구 둘을 만나 술을 마셨다. 내가 동호회에 가입하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예찬하고 14만 마일을 제하고 유럽행 일등석을 질렀다는 말을 하자 둘은 부럽다고 말했다. 표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 역시 내 자유로운 싱글라이프가 그 순간 더 빛이 나는 걸 느꼈다. "너네는 아이들이란 보석을 창조해냈잖아. 나는 그런 보석이 없구" 라고 말을 붙였으나 돌아오는 싸늘한 시선.. 아.. 괜히 말했구나. 그들이 여자였다면 내 말에 잠깐이라도 "맞어! 내 소중한 아이들이 내겐 있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아버지는, 남자는 그러하지 않았다. 

여행을 한번 가려해도 아이들, 와이프, 부모님을 대동한 가족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를 하거나 유럽을 훌쩍 떠나거나 홀로 문화활동을 한다는 것은 와이프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잠깐 이런 상상을 하게 됐다. 

 ** 신 모계사회 **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다가 아이를 낳는다. 여자는 아이를 낳고 남자는 출산을 지켜 본다. 아이를 낳았지만 둘은 살림을 합치지는 않는다. 여자는 여자의 엄마와 형제들과 함께 아이를 가족들 속에서 키운다. 남자는 여자와 간혹 연락을 하며 일년에 서너번 크리스마스 전후, 아이 생일, 여름 휴가를 아이와 함께 보낸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한달에 50만원씩 아이가 15살이 될 때까지 여자 통장에 입금을 한다. 유치원 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무상 교육이다. 교복, 준비물 모두 국가에서 나오므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남자는 연말에 연봉의 10%를 아이 양육비로 국가에 의무 납부한다. 남자가 수익이 없으면 납부하지 않지만 만약 수익이 있었는데 이걸 숨기고 국가에 허위 신고한 경우에는 국가에서 적발하여 5배로 징수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거짓 신고를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여자는 남자의 양육비 10%를 국가에서 입금 받아서 이 돈으로 아이의 바이올린 레슨비나 여행이나 어학연수 비용으로 쓴다. 남자는 대개 평균 두 명의 여자에게서 두 명의 아이를 낳으며 평생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한다.    

여자는 엄마와 언니와 남동생들과 함께 집안에서 아이를 기른다. 아이는 할머니, 이모, 삼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다. 일년에 서너번 아빠를 만나서 축구도 하고 캠핑도 가면서 아빠와 유대관계를 갖는다. 엄마는 아이가 5살 쯤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춤 동호회나 운동 동호회 등에 가입하여 사교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여자는 거기서 만난 남자와 연애를 한다. 주말에는 아이를 가족에게 맡기고 애인과 1박2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여자는 이직을 하는 시점과 맡물려서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간다. 짧게는 두달, 길게는 일이년 간 미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아이를 공부시키며 여자도 어학연수를 같이 하거나 호텔경영이나 미술사 공부나 국제회의관리 등의 그 나라의 선진 지식을 배워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한다. 한국에 돌아오면 여자는 이런 수료증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더 좋은 회사로 취직을 한다. 아이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한다. 여자는 대개 한 명이나 더러 두명의 아이를 낳으며 평생 여러명의 남자와 연애를 한다.
 
여자가 아이를 낳고도 남자가 떠나지 않고 자신 곁에 있길 바라면 남자를 설득하여 '독점동반자계약(=결혼)'을 맺는다. 이 계약은 여자가 평생 한 남자만 만날 것과 남자의 부모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며 남자도 같은 의무를 지는 것에 동의할 때 성립한다. 복잡한 서류 준비와 절차를 거치는 '독점동반자계약'은 국가에서 공인하며 이 계약에 사인을 하면 남자는 소득의 10%를 공제하는 양육비 의무납부에서 자유롭게 된다. 양육비는 국가가 관여하지 않고 여자와 남자 둘이 알아서 한다. 국가에서 나오는 50만원의 아이 양육비와 무상교육은 동일하게 부여된다. 하지만 이 '독점동반자계약'을 파기할 경우에는 계약을 맺은 시점부터 생성된 남자와 여자의 재산을 무조건 반으로 양분하므로 여자와 남자는 모두 신중하게 계약에 임한다. 

10% 미만의 사람들이 이 계약에 사인을 하며 90%의 부모는 비계약자들이다. 10% 미만의 계약자들 중 계약이 실제로 평생 지속되는 경우는 절반 정도이며 절반은 계약을 파기한다.  

   



덧글

  • lovelock 2012/05/18 14:10 # 답글

    좋은데요?
  • 비두웍 2012/05/18 20:49 #

    다른 갈등 요소들이 없다는 전제하에 (아래로 비판의 글들에 좀 소심해져 있는 상태라서 ^^;) 괜찮은 제도일 것 같은데..
  • rumic71 2012/05/18 16:11 # 답글

    이런 식으로 생활하는 동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뭔지 기억이 안 나네요.
  • 비두웍 2012/05/18 20:48 #

    뭐에요? 궁금하네요
  • 카큔 2012/05/18 16:44 # 답글

    우왕 굿~

    하지만 현실은....
  • 비두웍 2012/05/18 20:48 #

    상상입니다. 현실적인 갈등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끄적거린.
  • 나디 2012/05/18 16:55 # 삭제 답글

    나디 지금
    자 이글을 여자입장에서 다시 읽어 봅시다.
    당신은 아이를 낳겠습니까? 아니오!!!
    여자의 모성애 그거 학습입니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가족관계유지를 위한 경우 많습니다. ㅡ애없음 이혼율 높고 애가 셋이상이면 매우 낮아짐
    겨우 오십만원받고 친정에서 애 키우라구요?
    절대 안함.
  • 글로리 2012/05/18 18:19 #

    남자분이 쓴 판타지 소설이니 태클이 소용이 없을듯함;; 그냥 어딘가의 레바툰같은데 나오는 여자가 군대식으로 출산하게 된다면 어떨까 레벨의드립식 판타지 소설로 보면 될듯;;
  • 나디 2012/05/18 19:51 # 삭제

    15개월 아가 육아중이라 급 정색 ㅠㅜ
  • 비두웍 2012/05/18 20:50 #

    현재 15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시니까 현실속의 문제점들을 경험하고 계실 것 같네요. 모수족이라는 모계 사회가 아직도 중국 운남성에 있는데 그 모수족을 현실 속 문명화된 유럽식 복지국가에다 대입한 아이디어에요.
  • 고양이 2012/05/18 17:03 # 삭제 답글

    여자 입장에서 보면 꽤나 불공평한거 같은데요.
    남자와 여자의 포지션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비두웍 2012/05/23 10:52 #

    음... 비교적 공평하게 이익과 불이익은 배분한다고 한건데 남자쪽이 더 이익이라고 보시는군요. 위의 나디아님 말씀처럼 모성애가 본능이냐, 학습이냐에 따라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 8 비트소년 2012/05/18 17:51 # 삭제 답글

    양육비가 10%밖에 안된다는게 미혼남의 환상인듯요.
  • 비두웍 2012/05/18 20:52 #

    더 많이 내면 좋겠지만.. ^^
  • sinead 2012/05/18 19:29 # 답글

    눈마새 나오는 나가들 같네요...
  • 비두웍 2012/05/18 20:52 #

    눈마새? 나가? 만화 제목 주인공인가요?
  • 글로리 2012/05/18 21:22 #

    눈마새는 소설제목(눈물을 마시는 새)라고는 알지만 내용이나 주인공 이름은 몰라요.
  • sinead 2012/05/19 11:07 #

    그 소설에 나가라는 종족이 있는데 철저한 모계사회거든요ㅎㅎ
  • 1030AM 2012/05/19 00:57 # 답글

    내 아이들은 내 보석입니다.
  • 1030AM 2012/05/19 00:58 #

    보석들 - 입죠. 복수형에서 에러...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구나! 어흐흑
  • 비두웍 2012/05/23 10:53 #

    내 아이들은 나의 보석입니다 <- 비문 아닌 것 같은데요? 한국어는 영어처럼 복수 단수 꼭 안맞춰도 되는 언어인 듯 한데.. 제 귀에는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
  • 비두웍 2012/05/23 10:58 # 답글

    이 글을 써놓고 이런 완벽한 모계사회가 존재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10개의 덧글이 하루에 달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다수 인것 같았다. 모성이 본능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분의 덧글이 신선했다.

    내가 쓴 이 글의 전제조건은 남자는 부성애가 매우 약하며 여성의 모성본능은 매우 강하며 본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행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색한다. 나의 부친은 부성애가 거의 희박한 분이며 모친은 모성애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힘든 인생 속에서 우리를 키워내셨다. 부성애가 본능일까? 학습일까? 모성애가 학습일까? 본능일까? 더 세상을 살아보면서 관찰할 일이다.
  • 루이 2016/11/02 03:23 # 삭제

    님의 어머니는 여성의 지위가 바닥인 시대에서 여성이 모성의 그늘이 아니면 생존조차 할 수 없었고 그 시절을 모성과 자아를 바꾸어 견뎌내신거겠죠. 환경이 자아실현을 모성과 바꾸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였다면 더 멋지게 자아실현하며 사셨겠죠
  • 2012/05/23 10: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비두웍 2012/05/23 11:00 #

    음. 그 모수족의 이야기지 바로. 그 책을 근데 읽어본 적은 없어. 대충 들은 얘기로 살을 붙인 거지. 한번 진지하게 책을 잡아봐야겠다.
  • 2013/02/14 13: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2/14 13: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루이 2016/11/02 03:16 # 삭제 답글

    나도 이 비슷한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고 이렇게 비슷하게 가족구조가 형성될거라 보지만 남성이 부담하는 비율이 너무 적네요. 여자가 신체적 손실과 양육에 할애하는 시간을 여자쪽 가족이 월 50만원으로 감내하기엔 균형이 안맞죠. 남자쪽에서 적어도 월급의 최대 40%정도는 세금으로 내야할거고 주거및 생활비를 아끼고 소속감을 위해 남자는 많은 비율이 아내의 가족이 아닌 엄마의 가족에 주 거처를 두고 아내의 가족과 오갈것 같네요.
  • 루이 2016/11/02 03:20 # 삭제 답글

    아무튼 큰 이변이 없는한 앞으론 모계사회로 갈거고 그럼 여성이 가족내에서 더 존중받고 자아실현할 기회도 많아져 양성모두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듯요. 사실 여자한텐 일생에 걸쳐 남자와 함께할 필요는 없고 언니 엄마같은 모계 가족구성원이 더 친밀하죠.
  • 루이 2016/11/02 03:20 # 삭제 답글

    참고로 이런형태가 전형적인 사자가족의 형태죠. 다른 많은 포유류들도 이런 가족형태를 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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